[기자가 만난사람] 현대한방병원 류주열 원장

 

  한의사 중에 드물게 동의보감, 사상의학, 팔체질 등을 재야 한의학의 대가로부터 도제식으로  사사해 명의 소리를 듣는 현대한방병원 류주열원장(38). 하지만 처음 한의원을 개원했던 10년전, 그는 돌팔이 의사가 된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명문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자신만만하게 고향인 대구에서 개업한 후 환자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처방을 했지만 병이 낫는 이유도 모르고,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남들은 한의사라고 하는데 나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는 의사라는 생각이 드니..."

 

  불안, 양심의 가책, 무능에 대한 죄책감이 쌓여갔다. 끝내 1년을 못견디고 한의원을 선배에게 헐값으로 처분하고 말았다. 군복무를 한 뒤 장사를 할 작정이었다.

 

  "제대후인 88년 미련을 떨칠 수 없어 1년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도 포천 한 한의원의 월급 원장으로 갔습니다. 당시 실력으로 고향에서는 도저히 병원을 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력을 기르기 위해 선후배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다가 우연히 지산 박인규 선생을 만났습니다. 저에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산 박인규선생(68). 국내 재야한의학계에서 동의보감에 관한 한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 운명적인 만남은 류 원장이 무능한 의사에서 실력 있는 젊은 한의사로 변신하는 계기가 된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음양오행에 기초한 한의학적 사고를 비로소 깨닫기 시작한 거죠. 동의보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시대적 상황과 사상적 배경, 집필자인 허준 선생의 사고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가능한 일인데 학교교육은 그런면에서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뒤늦게 자신의 갈 길을 찾은 류원장은 1년동안 지산선생집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이론을 새롭게 다듬는 것은 물론, 환자치료 과정도 지켜보면서 동의보감의 원리에 접근해 갔다.

 

  "사사한지 2년이 지나니까 제자로 받아들여졌습니다.그분의 제자 4명중에 제가 끼이게 된거지요. 어느 정도 자신을 갖고 다시 대구에서 한의원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동의보감으로는 환자의 30% 정도밖에 치료가 안됐습니다."

 

  류 원장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것이 한의학인가. 밤샘공부를 일삼아 할 만큼 했는데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것을 깨달은 것이다. 환자는 차치하고라도 특이체질인 자신과 자신의 아내가 전혀 한방치료가 듣지 않는 것을 고민하던 류 원장은 사상의학의 대가를 찾아 나섰다.

 

  사상의학의 대가는 이제마 선생. 그의 역작으로 동의수세보원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사상의학의 1인자로 알려진 김주 선생(60)을 만난다.

 

  "김주 선생은 10년동안 자신의 몸을 임상도구로 삼아 한방의 이런저런 약을 직접 먹어가며 연구한 분입니다. 3년간 김주선생댁을 드나들며 사상의학을 사사했습니다."

 

  그는 학교졸업후 6년간 동의보감과 사상의학에 빠져 부부동반여행은 물론이고 외식 한번 제대로 못해 아내한테서 '포기했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지냈다. 이쯤하면 한의학의 대가가 됐을까. 아니라고 한다. 류 원장이 설명한 한의학의 계보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한의학은 1천5백년전 중국의 장중경이 남긴 상한론(傷寒論), 허준의 동의보감,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등이 주계보라고 한다. 그러나 상한론은 소음, 소양인 일부에 대한 치료법이 있고, 동의보감에는 태음인에 대한 기록이 없으며, 동의수세보원은 동의보감과 상한론을 보충한 태음, 태양인에 대한 기록이 많다는 것이 류 원장이 쉽게 설명한 한의학이다.

 

  "한방에서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침술과 식이요법에 대한 전문지식의 부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쪽의 전문의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만난 사람이 권도원박사(76). 70년대 경희대대학원 강단에 섰던 권 박사는 사상의학을 발전시킨 8체질의학의 대가로 침술 및 식이요법 분야에서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권 박사로부터도 3년간 도제식 수련을 받은 류 원장은 "이제는 한의학을 알고 환자를 돌본다"며 겸손해 하지만 지난 과정을 돌이켜 볼 때 명의로 탈바꿈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자신이 배운 한의학적 지식을 베풀기 위해 류 원장은 96년 현재의 한방병원을 열었다.

 

  체질전문병원으로 환자의 식단도 체질에 맞춰 공급한다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한의사들과 공유하기 위해 약 1백20명의 한의사를 대상으로 매주 서울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류 원장은 앞으로 중국과 미국에도 한방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한의학이 앞서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한의학이 가장 우수합니다. 허준, 이제마 선생뿐만 아니라 제가 배운 세분의 재야 한의학자 등 많은 분들이 꾸준히 한의학을 발전시켰기 때문입니다."

 

  류 원장은 자신에게 한의학을 가르쳐준 스승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예전처럼 밤을 새워가며 한의학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