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체질이야기 >

 

십전대보탕 유감

 

  TV드라마를 보면 몸이 허약하다면서 진찰이나 진맥을 하지 않고 보약을 지어다가 식구들에게 주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당사자가 먹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보약을 다른 식구가 복용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한 경우는 십전대보탕이라면서 식구가 같이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것은 드라마 작가의 소양의 문제이나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환자 중에 한 분이 머리가 아프다면서 내원하였는데, 아무리 검사해도 이상이 없고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는다고 하였다. 치료를 하면 괜찮다가 하루가 지나면 다시 아프다고 하였다. "지금 무슨 약을 복용하지  않느냐"고 물으니까 십전대보탕이 좋다고 하여 먹는 중이라고 하였다. 머리가 띵하면서 약간 멍하고 나른하게 잠이 오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하였다. 즉시 십전대보탕 복용을 중지시킨 다음 날부터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십전대보탕은 일반인이 상복할 정도로 보약의 대명사처럼 널리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개소주나 흑염소소주, 호박소주 등에 가장 흔하게 들어가는 약재 중의 하나가 되었고 농협공판장 등에서 상품화하여 파는 정도까지 되었다.

 

  물론 십전대보탕은 허약해진 몸을 보하는 데에는 옛날부터 명처방 중의 명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처방 이름조차 10가지 귀한 약재로 온전히 몸을 크게 보한다는 뜻의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다. 그러나 이 약은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체질과 증상이 맞지 않아서 오히려 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십전대보탕을 복용한 후 맞지 않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보면 아래와 같다. 이 약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고 설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기가 져서 돌아서면 배고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더 피곤하고 나른하면서 자꾸 잠이 오는 경우도 있으며, 열이 오르고 머리가 맑지 않거나 아픈 경우도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잠을 설치기도 하고, 변비가 되거나 심하면 코피를 흘리게 되며, 혈압이 높은 사람은 혈압이 더 올라가기도 한다.

 

  십전대보탕이나 십전대보탕을 넣은 개소주나 흑염소소주, 호박소주를 복용 후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것이므로 복용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

 

  원래 십전대보탕은 소음인 체질 중에서 맥이 약하고 몸이 차고 허약하면서 음식은 잘 먹고 소화가 잘 되는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처방이며 여기에다 자신의 병증상까지 맞아야만 효과를 보는 처방이다.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은 효과를 볼 수 없으며, 소음인 중에서도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 중 소음인이 30% 차지한다고 본다면, 십전대보탕은 소음인 중에서도 10사람 중 한 사람에게만 좋으므로 전체 인구 비율로 보면 십전대보탕이 좋은 사람은 100명 중에서 3-4명만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개인의 체질적인 특성이나 증상, 맥에 맞추어 정확하게 복용하지 않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 한의사의 진찰을 받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하겠다.

 

류주열 동성한의원장 <전 현대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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