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체질이야기 >

 

한약이 맞지 않는 체질

 

  하루는 진료실에 40대 중년부부가 진찰을 받으러 들어와서는 서로 진찰을 받지 않겠다, 받으라 옥신각신하였다. 내용인즉 부인은 남편에게 온 김에 진찰하고 약 지어라 하고, 남편은 부인보고  "당신은 한약이 잘 받으니까 진찰하여 약 지어라" 면서 자신은 약을 짓지 않겠다며 사소한 언쟁을 하였다.

 

  눈치를 보아하니 남편되는 분이 한약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체형과 얼굴 생김새와 말투를 보고 체질을 짐작한 후  "한약만 먹으면 설사하고 한번도 효과를 보지 못한 모양이지요" 라고 넌지시 물으니까 놀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하였다.

 

  덧붙여서 한약만 먹으면 몸이 오히려 찌뿌드드하고 불쾌하고 한약의 양을 반으로 나눠 먹어도  마찬가지이고, 한번도  한약을 끝까지 다 먹어 본 적이 없지 않느냐고 하니까, 바로 그렇다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한약이 맞지 않는 체질이므로 지금은 절대 한약을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날도 하도 부인이 졸라서 오긴 왔노라면서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체질에 맞는 약을 정확하게 찾지 못하여 그러하므로 체질에 맞는 약을 선정하여 약물반응 검사를 정확하게 하면 그 반응으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약을 처방할 수 있다고 설득하여 약물반응 검사를 한 후 약을 지어갔다.

 

  그 후 여러 날이 지나서 그 환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아니 또 맞지 않습니까" 하니까 그런 것이 아니고 자신은 여태껏 좋다는 약은 다 먹어봐도 이틀을 못 먹었는데 이번에 지어간 약은 한 제중 반 이상을 먹었는데 속이 그렇게 편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고마워하였다.

 

  그 후 이분은 여러 제의 한약을 복용한 후 많이 좋아진지라 한약 예찬론자가 되었다.

 

  이러한 경우와 같이 한약을 먹고 속이 불편하면서 설사를 하는 사람은 태음인에 많은데 숙지황이 들어가지 않고 일반 생강, 대추가 들어가는 한약만 먹어도 설사를 하곤 한다. 이처럼 한약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한약을 불신하는 사람을 더러 본다.

 

  어떤 이는 한약만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고 나른하고 잠이 많이 온다거나, 너무 식욕이 당겨 살이 찐다거나 하여 한약을 꺼리는 사람이 간혹 있다.

 

  보통 한약은 자연산 생약재를 그대로 처방하므로 합성제인 양약보다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한약으로 위화감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며, 보통은 별 부작용이 없이 한약을 잘 복용한다. 간혹 부작용은 없는데 아무리 약을 먹어도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사람은 반드시 체질과 병증에 정확하게 맞는 약을 복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약이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은 체질을 정확하게 감별하지 않고, 전문 한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않고, 제대로 진찰도 하지 않은 채 옛날의 관습대로 무턱대고 몸에 좋다는 약만 많이 넣어 먹은 결과로 빚어진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보약제라도 체질과 병증에 맞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한약은 반드시 체질에 맞아야 할 뿐만 아니라, 병증상에도 맞아야만 정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삼은 소음인을 제외한 다른 체질은 효과가 전혀 없으며, 인삼이 맞는 소음인이더라도 폐결핵이 있거나, 기관지가 몹시 나쁘거나, 감기 증상이 있을 때는 인삼이 맞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류주열 동성한의원장 <전 현대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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