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체질이야기 >

 

만성간염과 한약

 

  한약을 복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엉뚱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데 계속 한약을 먹어도 괜찮으냐고... 참으로 어이없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멀쩡한 간이 한약을 먹으면 나빠진다는 말인가.

 

  보통 간이 나쁘다고 하면 만성간염을 주로 두고 하는 말인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만성간염은 B형 또는 C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야기된다.

 

  약물에 의해 간염이 야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약물중독에 의한 간염일 경우도 한약이 아닌 독한 양약에 의해 주로 일어난다.

 

  한약을 먹고 간이 나빠졌다면 한약을 먹음으로 인해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는 그야말로  잘못된 생각이다. 단지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간염에 걸린 사람이 전문 한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않고 간염치료제도 아니고 체질에도 맞지 않는 한약을 먹었거나 민간 한약재를 임의로 복용한 후 간기능 수치가 오를 수는 있다. 이 경우에도 간염에 걸린 사람이 아니고 정상인이라면 아무리 한약을 장복해도 간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실례로 만성B형 간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한 중년의 신사가 있었는데 이분도 처음에는 무조건 한약이 간에 나쁘므로 한약을 먹지 않겠다고 우겼다. 자세히 진찰한 후 "지금 특별히 복용하고 있는 것이 없느냐"고 하니까 인진(사철쑥)이 간에 좋다고 하여 계속 복용중이라고 하였다.

 

  "인진은 한약이 아닙니까" 라고 하니까 한참 후에 "한약이 맞네요" 라고 대답하였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으니까 본인도 머쓱해 했다. 처음 진찰시에 피로가 심하고 눈이 침침하고 얼굴색이 약간 검어지고, 소변이 붉고 양기가 떨어졌는데 이분의 체질이 태음인이었으므로 인진을 중단하게 하고 체질에 맞는 한약으로 치료한 후 완치되어 지금은 왕성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인진은 소음인체질에만 효과있는 약재인데 임의로 장복하여 손해본 경우라 하겠다)

 

  평소에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의 재료가 한약재로 쓰이고 있으며, 중국요리에도 한약재가 요리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흔히 먹는 콩나물(우황청심환에 약재로 들어간다), 도라지(기관지병 치료에 쓰이는 한약재), 호박(산후부종의 치료제), 찹쌀(임산부 하혈시 약재로 쓰임), 생강·대추(거의 모든 약에 들어간다), 산나물(모든 산나물은 약초에 해당한다) 등 많은 음식 재료가 모두 한약에 해당된다.

 

  한약재인 인삼뿌리도 나물반찬으로 쓰인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상식하는 이러한 한약재들이 멀쩡한 간을 나쁘게 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영향이 없으나, 간의 주된 역할 중의 하나가 해독작용이므로 만성간염이나 간경화를 앓고 있는 사람은 양·한약뿐만 아니라 음식까지도 잘못 복용하면 간에 부담을 주어서 더욱 증상을 악화시키는 수가 종종 있으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참고로 만성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가 태양인이라면 녹즙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태음인이 녹즙을 먹으면 좋지 않으며, 쇠고기와 같은 고단백은 태음인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태양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소주도 한약재가 들어가므로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하고, 굼벵이는 태음인에게만 효과가 있으므로 다른 체질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만성간염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민간약재를 치료의 보조적인 요법으로 임의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은 모두 한약재의 일부분이므로 전문 한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하며, 간염 치료한약의 경우에도 전문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은 다음 병과 체질에 맞게 한약을 복용하면서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을 병행하여야 한다.

 

류주열 동성한의원장 <전 현대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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